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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전 적법이 불법으로 둔갑” 해운업계, 공정위 제재 ‘이의신청’
    2022-05-24 315 회

2004년 최저운임 적법 결론내린 공정위 판단 변수로 부상

국내 해운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과거 공정위가 한일항로에 부과한 최저운임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게 알려지면서 행정소송을 거치지 않더라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항로에서 운임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660억원의 과징금을 받거나 형사 고발된 국적선사 12곳은 지난 18일자로 공정위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운임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서 제재를 받은 곳은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SM상선 HMM 장금상선 천경해운 팬오션 흥아라인 흥아해운 등 국적선사 12곳과 대만 정리내비게이션(CNC) 에버그린 완하이라인 양밍, 싱가포르 씨랜드머스크 PIL 뉴골든씨쉬핑(코스코 자회사), 홍콩 골드스타라인(GSL) OOCL SITC TSL 등 외국선사 11곳이다.

고려해운 296억원, 흥아라인 180억원, 완하이 115억원, 장금상선 86억원, TSL 40억원, HMM 36억원, 에버그린 34억원, 남성해운 29억원, 양밍·씨랜드머스크 각각 24억원 순으로 과징금을 맞았다. 컨테이너선사업을 흥아라인에 넘겨준 흥아해운은 시정명령만 받았다.

공정위 제재의 불복 절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선사들이 이번에 택한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이다.

이의신청은 통상적으로 무혐의를 전제로 하기보다 제재 수준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절차다. 공정위가 1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을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전원회의 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동남아항로 운임 담합 건의 기한은 지난 19일이었다.

행정소송은 당연히 무죄 입증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된다. 어찌 보면 피심인들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전원회의 판단에 불복해 바로 할 수도 있고 이의신청 절차를 마친 뒤 30일 이내에 진행할 수 있다. 

선사들은 마지막까지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지 행정소송으로 직행할지 고민하다 공정위의 재심을 받아보기로 결의했다. 원양선사인 HMM과 SM상선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벌이기로 했다가 고려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등의 근해선사들이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로 합의하자 공조하는 차원에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과징금 금액과 관련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발표한 동남아항로 심사보고서에서 과징금을 매출액의 8.5~10%로 매겼다가 지난 1월 열린 전원회의에선 1.2%로 대폭 깎았다. 의결서를 받아든 선사들은 과징금 산출 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공정위는 동맹(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은 해에도 과징금을 매기거나 최저운임을 시행하지 않은 기간에도 부당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오인해 제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해운사는 운임을 담합하기 어려운 남중국노선까지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한 건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제물류협회 문제제기엔 ‘최저운임 적법’ 통보

나아가 업계 안팎에선 이의신청 단계에서 전원회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 경쟁당국이 근해항로 선사들의 최저운임 부과 행위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실이 최근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제물류협회(당시 한국복합운송협회)는 2003년 11월 선사들이 한일항로와 한중항로 동남아항로에 최저운임을 도입하자 이에 반발해 같은 해 연말 공정위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문의했다.

국제물류협회는 최저운임은 기본운임인상(GRI) 형태의 운임회복 방식이 아닌 데다 화주와 협의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위법한 공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동남아항로의 운임공동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이유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한일항로 동맹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를 3일간 조사한 공정위는 2004년 1월께 선사들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국제물류협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검찰이자 준사법기관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이 동일한 사건을 18년의 시차를 두고 정반대로 판결한 셈이다. 선사들은 공정위에 압수당했다가 돌려받은 서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2004년 사례를 발견했다. 

공정위의 갈지(之)자 판결은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은 당장 이의신청서에 공정위의 18년 전 판단 사례를 반영했다. 아울러 25일과 31일로 예정된 한일항로와 한중항로 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킨다는 심산이다.

국제조약인 한중해운협정에 근거해 관리돼온 한중항로까지 제재할 경우 한중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이번 이중판결 논란까지 터지면서 공정위의 입장이 자못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2004년엔 최저운임 부과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려놓고 세월이 흐르자 이를 뒤집고 입장을 바꾼다면 어느 누가 정부 또는 사법기관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하루빨리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출처: 코리아쉬핑가제트